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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 가족애가 없다.
임도건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5/0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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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예술신문 칼럼니스트=임도건]1인 가구 500만. 청춘의 절반이 기숙사, 고시원, 오피스텔 족이라니 이젠 핵가족도 옛말이다. 24시 편의점에 코인 빨래방까지 넘쳐나니 혼자 사는데 불편이 없다. 생존해 있지만 행복은 찾기 힘들다. 모태 솔로는 그렇다 쳐도 후천적 홀로와 자발적 욜로(Yolo)까지 합치면 “혼자”사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나 혼자 산다]는 예능프로가 유행할까?

가정에 자족애가 사라지고 있다. 가족끼리 단란한 가정은 줄어드는 반면, 가족 없는 독신가구가  늘고 있다. 1인 가구엔 가구(furniture)도 없다. 고작 옷장 하나에 식탁 정도다. 대화가 사라진 가정은 가구처럼 자리만 지킨다. 각자 스마트폰에만 열중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 초딩이 그러는데 침대는 그저 잠자리란다. 재치로 받아들이기엔 왠지 삭막하다. 가정은 함께 밥 먹고 잠자는 공간 이상이건만 대화가 사라진 가족애는 기껏해야 명절 연휴 때만 살아난다.

‘썸’타는 남녀가 자주 가는 곳이 ‘투썸플레이스’(Twosome Place)란다. 반면 대다수 중년부부는 가구처럼 산다. 각자 위치에서 말없이 자리만 지킨다. 어쩌다 아내 방문을 열고 들어갈라 치면 속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감성 윤활유가 마르니 기계작동이 ‘녹’슬었다는 얘기다. 나이 들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토로하는 자들이 많다. 젊어서 몸의 말을 안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 산 가구도 40년 지나면 언젠가는 엔티크(antique)가 되는 법.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랍 속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 그래도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노크하는 법은 없단다.

그래서 남편은 남의 편이고, 오빠와 아빠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어정쩡한 존재다. 데리고 있자니 거추장스럽고, 버리자니 가끔 쓸모 있어서 여전히 아까운 존재다. 우리나라에도 황혼이혼율과 “졸혼”이 늘고 있다. 경제력이라도 있으면 재혼한다지만, 이혼하면 대부분 개털(?)된다. 미국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홈리스 피플*Homeless people)의 절반 이상이 위자료 감당 못해 노숙자가 된 자들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년의 외로움과 스산함에 대해 한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중년의 가구는 짙어가는 밤과 밝아오는 새벽을 기다리듯, 그렇게 드라마 속에 잠이 든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수많은 공휴일은 가족을 위한 배려이건만 현실은 뿔뿔이 흩어지는 연휴일 뿐이다. 다 큰 자식을 ‘빨대’세대라 한다. 대학은 졸업했으나 5년째 ‘취(업)준(비)생’인 징글맞은 청춘들이 부모 등골을 빼 먹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명목으로 용돈 빼가는 방법이 마치 신설항목으로 세금 걷는 정부 같다. 그것도 간접세처럼 등록금과 학원비의 일괄 징수를 요구한다. 맞벌이 부부는 낮에도 대리, 밤에도 대리(운전) 신세다.

노년의 부모는 외롭다. 올해 4280건의 노인 학대사건이 접수되었고, 상습존속폭행도 날로 증가한단다.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6년 실형이다. 스웨덴의 노인이 부러운 이유다. 1인 1스포츠는 기본에다 국가가 100%지원한다. 리듬댄스에 취미동호회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니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런 복지국가에도 삶이 무료해 자살하는 독거노인들이 있다. 45세까지 혼자 살면 솔로지만 이후부턴 “홀로”다. 쓸 만한 용돈이라도 있으면 “욜로”세대 취급받는다.

퇴직한 노년에게 나비들이 날아든다. 처음엔 나비였지만 어느 순간 꽃뱀으로 변한다. 식사 한 번, 차 한 잔이면 족하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에만 있음을 명심하자. 차라리 주민자치센터 문화교실을 찾으시라. 자원봉사나 외국어 하나 배우는 것도 소일하기에 좋다.

5월은 가정의 달. 가정을 가정답게 만드는 달이다. 가정에 가족애가 빠졌다. 쓰잘데기 없는 ‘밴드’ 걷어치우고 카카오토크에 가족방 하나 만들면 어떨까? 반려견이 대우받는 시대다. 아무리 그래도 개보단 가족이 먼저다. 가구가 하드웨어라면 가정은 소프트웨어. 하우스(house)를 하나로 묶는(band)것이 가장(husband)이다. 연봉이 적어도 남편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가정은 가구가 아니라 가족애로 채우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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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9 [00:47]  최종편집: ⓒ 아시아문예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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