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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교권, 눌릴 것인가 누릴 것인가?
임도건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5/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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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예술신문 칼럼니스트=임도건]스승의 날 하루 전 어제 한 초등학생이 여교사의 엉덩이를 만지는 사건이 보도됐다. 단순 해프닝으로 지나기엔 게름직하다. 피해 여교사가 학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했는데 교감의 호출을 받고 “애가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러냐?”며 되레 꾸중을 들은 모양이다.

동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현명치 못한 처사니, 어차피 바뀌지 않을 텐데 덮고 가라느니, 아예 사직서 쓸 각오하고 언론에 고발하라느니 심경이 복잡해졌다. 이러다 을·을 갈등으로 번질지도 모르겠다. 교감에게 훈계를 들은 교사 중에는 ‘갑’질 상사에 고자질한 대가로 반대급부를 노린 위장된(crypto) ‘을’도 있었을 터. 미투(#metoo)/위드유(#withyou)운동은 정치적 민주화에서 사회적 민주화로 나아가는 계기이지만 위계질서의 온존 분위기에 함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초등학교에서 정교사, 기간 제 교사, 대기발령자 사이의 갈등은 그렇다쳐도 대학은 더 심각하다. 정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 사회에도 교묘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제한적 합리성과 합법화된 권위의식에 포장된 변종 ‘갑’질이 확대·재생산되고 이에 대한 ‘을’들은 저격 방아쇠(#metoo)를 당기려 할 것이다. 

‘갑’질 문화는 관존민비(官尊民卑)가 그 뿌리다. 지금까지 체제 순응이 관행이었으나, 대한항공 사태 이후, ‘을’들의 집단저항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의 성공은 전문능력보다 센스(?)있는 처신에 의해 좌우된다는 풍토가 뿌리 깊다. 맞는 말도 아니요 틀린 말도 아니다. 동의하자니 패자들의 편리한 자기변명처럼 들리고, 반대하자니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찌질이 루저’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일해도 눈치가 둔하면 무능력으로 취급된다. 성실한 땀과 그에 따른 보상기제가 뒤따르지 않는 한 발전은 없다. 비정상 관행이 만연할수록 성취의욕은 떨어진다.

이런 현상을 파행적 지대 추구(rent seeking)라 한다. 자기이익과 신분상승을 위해 동료의 사생활을 까발리고 향응 같은 비공식 활동에 몰입하여 공공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런 꼼수는 또 다른 변칙과 반칙을 낳는다. 혈연, 학연, 지연에 따라 성패가 결정나다보니 정상적 노력은 무시되고 비정상 관행들이 판을 친다. 할리우드 액션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꼴이다. 당장은 괜찮아 보여도 부도덕의 악순환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수익 창출을 꾀하는 조직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인성을 다루는 교육만큼은 예외여야 한다. 오늘은 스승의 날. 오늘의 필자를 있게 한 스승 몇 분을 떠올린다. 어려운 형편에 장학금을 추천해 준 진**선생님, 학문의 이론을 넘어 큰 사상을 가르쳐 주신 한**학장님.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제자였기에 필자 또한 교수의 길을 걸어왔다. 교육에 몸담은 지 어언 25년, 머리에 살구꽃이 피었지만 학창시절의 그리움은 여전하다. 수강생만 있을 뿐 제자는 없다던 한 명예교수의 탄식에도 불구하고, 나를 선생으로 알아주는 제자들이 있어 행복하다. 반면 상처받은 후학들도 있다. 역린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학위수여가 지연되거나 포기하는 자들이다. 학점이나 학위는 권위를 세우는 장신구가 아니다. 명징한 인품의 스승이 그립다.     
  
우리에겐 “인간다움”을 향한 근원적 향수가 있다. 비루함을 등진 진실에의 원초적 갈증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치다. 높은 직위는 아니어도 괜찮은 스승으로 기억되고픈 오늘. 먼저(先) 태어난(生)자격으로 조언 한마디 하겠다. 살다보면 살아낸다.

삶에 눌리는 자가 있는 반면, 삶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쉬운 인생은 없을뿐더러 쉬워서도 안 된다. 인생은 어려울 때 의미가 있다. 세상이 어둠과 쓰레기에 덮여도 밤하늘에서 별을 보는 자가 있다. 별빛 향취를 사랑하노라면 밤도 그리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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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5 [09:24]  최종편집: ⓒ 아시아문예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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